✍️ 글로벌 세일즈 담당자로서 직접 겪은 경험을 바탕으로 현장에서 부딪히며 느낀 것들, 잘 안 풀렸던 순간들, 그리고 거기서 어떻게든 답을 찾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고자 합니다.
Shopl의 첫 유료 고객은 멕시코의 전자제품 브랜드였다. 지금도 중요한 고객 중 하나로, 정기적으로 출장을 다니며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 인연은 2018년, 내가 입사하기도 훨씬 전, 완성된 프로덕트 없이 아이디어만으로 잠재고객을 찾아 다니던 시절에 시작됐다. 회사가 처음부터 멕시코 시장을 전략적으로 타깃한 건 아니었다. 여느 스타트업이 그렇듯, 첫 고객은 지인의 소개로 연결되었다. 당시에는 시장의 위치보다 “실제로 돈을 지불할 의지가 있는가”가 더 중요한 기준이었다. 멕시코의 첫 고객은 Shopl의 초기 아이디어에 공감했고, 긴 영업 끝내 멕시코에서 우리의 첫 유료 계약이 성사되었다.
나는 그로부터 몇 년 뒤, Shopl의 글로벌 영업을 담당하는 멤버로 입사하게 됐다. 입사 전부터 들었던 ‘멕시코 이야기’는 인상깊었다. 하지만 사실 나는 동남아시아를 타깃하기 위한 멤버로 영입되었던지라 멕시코는 나와 관계가 없을 것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스페인어는 하나도 모르는 내가 중남미 출장을 가게 될 줄은 몰랐다.
기존 고객이 있다는 것은, 그 고객을 중심으로 한 사업 확장을 생각해볼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즉, 멕시코에 출장을 가게 되면, 고객을 만나며 확장을 생각해볼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매장을 운영하는 여러 식품, 패션, 전자제품, 생활용품 등의 브랜드를 만나보며 유통 산업의 특징들도 이해하게 되었다.
많은 멕시코의 브랜드는 판매 현장에 프로모터를 파견한다. 직접 고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외주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사람을 쓴다. 그리고 자사 매장을 운영하기보다는 유통사 채널에 제품을 납품하는 경우가 많다.
즉, 브랜드는 사람도, 매장도 소유하지 않는다. 오직 제품만 소유한다. 심지어 제품도 이미 유통사에 판매한 것들이다. 그러니, 굳이 유통사에 사람을 파견하는 건 엄밀하게는 유통사 측 영업을 지원 하는 셈이다.
이러한 구조에서 현장을 제대로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 아래는 많은 멕시코 브랜드들이 직면한 현실적인 문제들이다:
• 하도급법 상 브랜드가 파견 직원과의 직접적인 업무 지시 불가
• 전시 위치가 자주 바뀌며 통제 불가
• 재고는 유통사 창고에 있어 조사하기 어려움
• POS기기는 유통사 소유로 실시간 판매 데이터 접근 불가
• 전국 매장의 POP 변경은 상당한 공수 소요
그러나 첫 고객의 Painpoint는 이보다도 더 원시적인 것이었다.
“매장에 오늘 누가 출근했는지 알 수 없다보니, 누구에게 연락해야할지 조차 알기 어렵다”
이 단순하지만 강력한 Painpoint에서 Shopl은 첫 진입점을 찾았다.
Shopl이 멕시코 고객에게 처음 선택받았을 때, 그들이 아무 시스템도 없었던 건 아니다. 대기업답게 자체 내부 시스템도 있었다. 그리고 인력 에이전시 역시 별도의 근태 툴을 운영 중이었다. 그러나 이 시스템들이 현지 법인이 실제로 알고 싶어 하는 데이터나 직접 컨트롤하고자 했던 영역을 제대로 커버하지 못했다는 점이 문제였다. 말하자면, 보고 싶고, 관리하고 싶은 포인트를 시원하게 긁어주는 솔루션이 없었던 것이었다. 그 이유는 시스템을 만든 주최와, 사용하는 주최가 원하는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라는 단순한 사실 때문이었다.
대표님은 실제로 리테일 현장을 관리하고 운영했던 사람이었다. 인력을 효율화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고, 캠페인을 기획하고 실행했던 경험이 있었다. 그래서 고객과의 미팅에서 지금도 빠르게 맥락을 캐치할 수 있고, 니즈를 더 깊게 이해할 수 있었다.
"이거 한 번에 좀 볼 수 없어?" 라는 말은 대부분의 매니지먼트들의 입버릇이다. "그 자료 좀 가져와봐", "그거 어떻게 진행되는지 보고해봐" 한마디에 팀이 반나절 붙어서 데이터를 가공해야 그제야 겨우 '한눈에 볼 수 있는 자료'가 나온다.
현장 기반 조직은 특히 더 그렇다. 데이터 취합에 시간이 많이 걸리고, 직원도 직접 고용한 게 아니니 파견회사에 연락해서 데이터를 받아야 한다. 매니지먼트 입장에선 진짜 환장할 노릇이었을 거다.
우리는 이 과제를 일찍부터 마주했고 기능이 몇 없던 시절부터, ‘직관적으로 현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에도 집중했다. 지금도 고객을 만나보면 매니지먼트는 대시보드에, 실무진은 세부 기능에 더 관심을 가진다. 우리는 그 둘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여전히 노력 중이다.
잠재고객과의 도입 전 무료 체험은 절대 ‘성공사례’만 보여주고 끝나는 자리가 아니다.
고객이 원하는 기능이 없거나, 기대만큼 작동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경우 우리는 모든 피드백을 하나도 빠짐없이 VoC(Voice of Customer)로 기록했다. 그리고 단순히 적어두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고유 번호를 부여하고 실제로 트래킹했다.
우리는 그 VoC를 기반으로 기능을 고도화해왔고, 지금도 그렇다.
한 마디 한 마디가 우리 제품의 방향을 만들고 있다는 걸, 팀 전체가 알고 있다.
사실 2018년부터 멕시코 고객과의 관계를 시작했지만, 멕시코 시장 내에서의 확산은 바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이후 중남미 지역의 콜롬비아, 칠레 등의 나라에 여러 차례 소개가 되었고, 같은 그룹사 내 확산이 있었지만, 여전히 고객은 단 하나였다.
내가 입사한 2022년도에도 멕시코는 ‘운영’을 담당하는 사람이 고객과 커뮤니케이션했고, 해당 지역에 대한 별도의 세일즈 전략은 없었다. 그러던 중, 담당자들이 조금씩 이직을 하게 되었고, 그들이 이직한 곳에도 Shopl을 소개하면서 조금씩 새로운 고객이 생기기 시작했다.
한 고객은 멕시코 북부지방의 스타벅스에 버금가는 커피 브랜드로 이직하면서 매장 디스플레이 관리와 마케팅 요소 관리에 Shopl을 도입했다. 이 마케팅 팀은 직접 매장을 돌며 신메뉴 관련 디스플레이를 설치하고 매장 전체적인 룩을 관리하고 있었는데, 이 과정에서 보고를 위한 적절한 툴이 마땅히 없었다.
• 드라이브스루 매장을 방문하는 팀원들의 방문 기록이 미흡하고, 누락된 곳을 바로 파악하기 어려움
•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매장별 완료현황을 관리하기 어려웠음
• 노후화, 파손 등 다양한 디스플레이 이슈가 빈번하게 발생했고, 매장 수가 늘어나면서 이러한 이슈들이 효과적으로 관리되지 못하는 상황 발생
이렇게 느리지만 꾸준히 Shopl을 경험한 분들이 이직하고도 우리를 다시 찾는 사례가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작은 입소문이 퍼지고, 이 분들을 통해 매장을 관리하는 에이전시도 소개받았다. 에이전시는 파트너 계약을 맺고, 자신들이 관리하는 브랜드에 솔루션을 소개하며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관계를 맺어갔다. 이 또한 느린 과정이지만, 에이전시들과도 프로덕트, 그리고 비즈니스 관계에서의 신뢰를 점차 쌓아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 스스로 더 많은 리드를 만들고자 링크드인을 통한 아웃바운드 영업도 시도 중이다. 벌써 1년 정도가 지났고, 잠재 파트너인 마케팅 에이전시를 컨택해 온라인으로 첫 미팅을 잡은 후 출장 때 얼굴을 보고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보이면 거의 다 만나보고, 도입 의사나 소개 의사가 없으면 업계 인터뷰라도 진행했다. “Shopl이 어떻게 해야 멕시코 시장에 들어갈 수 있을까?”를 묻기도 한다.
작년에는 스페인어를 구사하는 영업팀원이 합류하여, 함께 멕시코 방문 시 최대한 많은 미팅을 잡아 소중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리고 올해는 온라인 마케팅과 현지 광고에도 도전하고 있다.
나는 중남미라는 새로운 대륙을 알게 되었다. 그 전에는 멕시코 시티만 알았지만, 지금은 쿨리아칸, 에르모시요 등 여러 도시를 알고 직접 다녀왔다. 멕시코를 방문하고, 관계를 이어가는 지금, 멕시코와 멕시코의 사람들은 내게 가장 가까운 먼 나라가 되었다. 직접 다녀봤을 때, 타코를 먹는다는 문화만 공유할 뿐, 그 안에 들어가는 재료만큼이나 다양한 모습을 지닌 나라라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 멕시코시티 (Mexico City): 멕시코의 수도이자 경제·문화 중심지, 인구 2천만에 달하는 대도시로 다양한 산업과 정부 기관이 밀집. 당연하게 다양한 지역의 사람들이 모이고, 아침에는 부지런히 대중교통을 타고 출퇴근 하는 사람들이 거리에서 아침식사를 사먹는 정겨운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5~10년간 중국 기업의 진출이 이루어지면서 중국계 회사들이 모인 지역도 생겼다.
• 쿨리아칸 (Culiacán): 멕시코 시날로아 주의 주도로, 대형 슈퍼마켓 체인인 Coppel, Casa Ley 본사가 위치한 상업과 유통의 중심지. 지역 갱단 사이의 갈등이 심해서 치안 문제는 풀기 어려운 숙제다. Coppel은 멕시코의 Walmart와 같은 존재로, IT부서만 1,000명이 넘게 근무하는데, 단순한 사무실 건물이 아닌, Google Campus와 같은 시설을 지어두고 IT인재를 영입하고 있다.
• 에르모시요 (Hermosillo): 멕시코 소노라 주의 주도로, 미국 캘리포니아와 기후가 비슷한 사막형 기후 지역이며, 유명 커피 브랜드가 태어난 곳. 기후나 도시 밀도면에서 걸어서 다니기는 어려운 곳이기 때문에 의 식음료 매장들은 대부분 드라이브스루가 많다는 점에서도 캘리포니아와 비슷하다. 치즈와 소고기가 유명하고, 이곳의 사람들은 바닷가 별장을 가지고 은퇴하고자 하는 꿈을 꾼다.
그 외에도 멕시코의 실리콘벨리인 과달라하라 (Guadalajara), 경제 중심지인 몬테레이 (Monterrey)도 언젠가 고객이 불러주셔서 가볼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
열정 넘쳐보이는 나라인만큼, 멕시코 사람들도 상당히 새로운 것, 새로운 사람에 대한 온도가 높다. 처음에는 그것이 비즈니스적인 관심이라고 생각했지만, 단순히 그들이 파워 반응 열정인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이젠 알지만 처음에는 미팅 온도들이 높으니 기대를 많이 하게 되었었다.
• 첫 미팅이라도 빠르게 마음을 열고 열정적으로 반응함 → 그러나 높은 미팅 온도가 꼭 계약으로 이어지지는 않음
• 약속에 대해 유연하며, 의사결정이 느림 → 하지만 일단 관계가 형성되면 오래 이어짐
처음으로 돌아가더라도, 우리는 아마 비슷한 방식으로 시장을 열었을 것 같다.
팬이 된 사람들을 통해 소개받고, 느리지만 하나씩 성공사례를 만들어가고 꾸준히 관리하는 방식으로.
물론, "더 일찍 마케팅을 시작했어야하나" 라는 생각도 지금은 한다. 하지만 지금부터가 또 중요한 것이 아닐까 싶다. 인바운드를 만들어보는 일, 문의가 절로 들어오는 장치를 만들어가는 일. 아직도 많은 부분이 느리고, ROI가 불확실한 영역이지만, 우리는 우리가 쌓아온 관계를 믿고 조금씩 전진 중이다.
최근 멕시코 시장을 개척한 리테일 테크 분야 기업들과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다들 하나같이 좋은 파트너를 찾으라고 하신다. 파트너를 잘 찾는것은 고객을 찾는것보다 때로 더 어려워서, 얼마나 더 많은 실패 후에 찾아올지 감도 잘 오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고, 서로 win-win할 수 있는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리라 믿는다.
👋 리테일 운영, 현장 인력 관리, BTL 영역에서의 디지털 전환과 업무 효율화를 함께 고민하고 싶습니다.